尹, '부정선거' 주장 영화관람…대선 앞 음모론 논란 부추기나
파면 47일 만에 첫 공개 일정…영화 포스터에 '6·3 부정선거 확신' 문구
"尹 '투명한 방식으로 선거 치러져야' 언급"…대선 개입 논란 제기
전문가 "尹, 부정선거론 합리화…사회신뢰 키우지 않고 말도 안되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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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부정선거 주장 다큐 영화 관람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이영돈 PD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하기 위해 상영관으로 향하고 있다. 2025.5.21 superdoo82@yna.co.kr
류미나 김정진 조다운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6·3 대선을 앞두고 부정선거 논란을 주장하는 영화를 관람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동대문구의 한 영화관을 찾아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지난달 4일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이후 47일 만의 공개 행보다.
계엄 당시 부정선거 의혹을 확인해야 한다는 이유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도 계엄군을 투입했던 윤 전 대통령은 현재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정선거를 다룬 영화를 관람하고 나선 것은 대선을 앞두고 강성 지지층을 상대로 음모론 논란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사실상 자신의 파면 사유를 인정하지 않으며 남은 형사 재판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도 뒤따른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의 영화 관람 현장에는 이 영화를 감독한 이영돈 PD, 제작을 맡은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 등이 함께 나왔고, 이미 오래전부터 부정선거론을 주장해온 무소속 황교안 대선 후보도 모습을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은 오전 9시 40분께 영화관에 도착했고, 영화를 관람한 뒤 별도의 발언 없이 자리를 떴다.
영화 관람 후 이 감독은 기자들과 만나 "윤 전 대통령이 '컴퓨터 등 전자기기 없이 대만식이나 독일이 하는 투명한 방식으로 선거가 치러져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또 "앞으로 사전(투표) 선거를 없애고, 수개표를 한다면 모든 결과에 국민이 승복할 것"이라며 "만약 이번 대선에서 국민이 통계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오면 불복 운동할 것이라는 게 제작진의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전 씨는 "윤 전 대통령은 2030 청년들이 많이 보러 온다고 해서 응원차 직접 관람한 것"이라며 "대선에 대한 메시지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전 씨는 또 "코페르니쿠스가 '지구는 돈다'라고 했을 때 다들 거짓말이라고 했지만, 지동설이 옳았다는 것을 우리가 다 알고 있지 않느냐"며 "대한민국 부정선거가 소설 같은 이야기 아닌가라고 하겠지만 이 영화를 보면 실체를 증거로서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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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 개봉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21일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 다멘터리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 관람객들이 영화 상영을 기다리고 있다. 2025.5.21 superdoo82@yna.co.kr
윤 전 대통령의 이번 행보는 대선이 2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 개입 논란으로도 번지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7일 국민의힘을 탈당했지만, 김문수 대선 후보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나아가 이번 대선이 끝나더라도 윤 전 대통령의 이번 영화 관람이 강경 보수층 사이에서 부정선거 음모론 논란만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윤 전 대통령이 영화관에 도착했을 때 '너만 몰라 부정선거'라는 글귀가 적힌 붉은색 풍선을 든 지지자들이 이름을 부르며 환호했고, 윤 전 대통령은 가볍게 눈인사를 하면서 상영관으로 입장했다.
또한 영화관에 설치된 홍보 포스터에는 영화 제목과 함께 '6월 3일 부정선거 확신한다'라는 문구가 크게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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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선포 장면에 박수받는 윤석열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
품인가' 관람 도중 계엄령 선포 장면이 나오자 관람객의 박수를 받고 있다. 2025.5.21 [공동취재] superdoo82@yna.co.kr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본인이 내란 혐의 때문에 어떻게든 부정선거론을 합리화시켜보려는 것"이라며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도에 대한 사회적 신뢰다. 국가원수를 지낸 사람으로서 그 신뢰를 키우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반대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대선 구도를 '이재명 대 윤석열'의 대결로 만들고 있는 것"이라며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선거에 심각한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minar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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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발신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