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문수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가 최근 불거진 종교 편향 발언 논란과 관련해 대한불교조계종과 태고종 등 불교계에 잇따라 공식 사과의 뜻을 전했다.
김문수 후보는 지난 5월 19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교육 정책 협약식에서 “공산 대륙의 끄트머리에서 자유 대한민국을 세우게 된 것은 이승만 대통령과 기독교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발언한 데 이어, “대통령 후보가 된 것은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라고 언급해 정교분리 원칙에 반하는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기독교 학교와 선교사의 역할이 대한민국을 만든 원동력”이라는 발언은 불교계를 비롯한 다종교 사회 전반의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이에 대한불교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와 종교편향불교왜곡대응특별위원회를 포함해, 불교인권위원회, 태고종 전국종무원장협의회 등이 공개 입장문을 통해 김 후보의 역사 인식과 종교 편향적 태도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김문수 캠프는 5월 23일과 26일 이틀에 걸쳐 조계종과 태고종을 각각 방문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김재원 비서실장, 김용 전 의원, 정병국 선대위 불교위원장 등이 직접 사과에 나섰으며, “본의와 다르게 심려를 끼쳤고 종교 편향 논란을 야기한 데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비서실장은 “기독교 단체 내 덕담 차원의 발언이었으나, 결과적으로 불교계에 실망을 드려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주경 스님은 이 자리에서 “국정을 책임질 대통령 후보의 언행으로는 매우 부적절하다”며 “불교계가 특정 후보를 지지할 생각은 없지만, 국민 통합을 저해하는 발언에 대해서는 반드시 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중앙종회와 불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공개적인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5월 26일에는 태고종 총무원장 상진 스님, 전국종무원장협의회 의장 지허 스님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전통문화전승관에서 사과 방문이 이어졌다. 상진 스님은 “이승만 전 대통령에게 큰 피해를 입은 태고종의 입장에서는 김 후보의 발언이 특히 민감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밝히며, “이번 발언은 사회 통합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허 스님은 “어떠한 경우에도 헌법에 명시된 종교적 중립성을 벗어나선 안 된다”며, “선거 이후라도 김문수 후보 본인이 직접 참회나 사과의 뜻을 전달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문수 후보는 사과 방문에 앞서 5월 24일, 충북 단양 구인사에서 열린 천태종 상월원각대조사 열반대재에 참석해 “호국불교의 정신을 이어받아 대한민국을 더욱 바로 세우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사과의 진정성과 시기 조율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공직 후보자의 종교 발언에 대한 공적 책임과 국민 통합의 중요성을 다시금 환기시키는 계기가 된 가운데, 향후 김 후보의 공식 입장 표명 여부와 후속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