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지사도 기소하라" 오송참사 유족들 항고에 검찰 장고
6개월째 재수사할지 결정 안 내려…국정조사 추진 과정 지켜볼 듯
X
오송 지하차도 참사 합동분향소 찾은 김영환 충북지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이성민 기자 = 김영환 충북지사의 불기소 처분에 대한 오송지하차도 참사 유족들의 항고와 관련, 검찰이 6개월째 장고하고 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1월 오송참사와 관련해 이범석 청주시장, 이상래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미호천교 확장공사 시공사인 금호건설 전 대표 및 금호건설을 중대시민재해 혐의로 기소했으나, 김 지사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유족들은 김 지사 역시 기소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며 지난 2월 대전고검에 항고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당시 회견에서 "참사가 발생한 지하차도 관리 주체인 충북도 공무원 7명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데, 운영·관리의 최고책임자에게 관리상 허점이 없었다는 검찰 판단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소방과 경찰이 골든타임을 놓친 점 역시 도 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김 지사가 재난 관리를 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고도 했다.
만약 대전고검이 항고를 받아들이면 김 지사에 대한 재수사가 이뤄지게 된다. 기각 때는 유족들이 고등법원에 다시 한번 기소 여부에 대한 판단을 구할 수 있다.
그러나 대전고검은 항고장을 접수한지 5개월이 지나도록 이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 정확한 배경은 전해지지 않고 있지만, 적어도 당장은 검찰이 판단을 내리지 않으로 관측된다.
오송참사 책임 등에 대한 새로운 정황이 제기될 수 있는 국회 국정조사가 사실상 카운트다운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사회적 참사의 명백한 진상 규명을 언급한데 이어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인 정청래·박찬대 의원의 공언으로 오송참사에 대한 국정조사 논의가 무르익더니, 우원식 국회의장이 전날 민주당 및 국민의힘 원내대표 회동에서 오송참사 국정조사 추진을 협의했다고 알렸다.
우 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국정조사 요구서가 이미 제출된 만큼 신속하게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계획서를 승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참사 원인을 명확히 밝히고 책임 있는 사람들을 분명하게 규명해 이런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민 안전을 위한 철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송읍(청주 흥덕)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이연희 의원은 지난해 8월 당시 야 6당 188명을 대표해 '오송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X
미호강 제방 찾은 배용원 검찰 수사본부장 (청주=연합뉴스) 이성민 기자 = 청주 오송 지하차도 사고 수사본부장을 맡고 있는 배용원 청주지검장과 수사 관계자들이 3일 참사 원인으로 지목된 미호강 임시 제방을 둘러보고 있다. 2023.8.3. chase_arete@yna.co.kr
따라서 검찰은 국정조사 추진 과정이나 실제 국정조사를 지켜보면서 김 지사를 재수사할지 판단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지역정가의 한 인사는 "국정조사가 진행되면 참사와 관련해 김 지사의 책임을 입증할 수 있는 새로운 증언이나 자료가 공개될 수 있기 때문에 검찰이 성급히 판단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 이성구 변호사는 "국정조사가 진행되면 처벌을 촉구하는 여론이 더욱 거세질 수 있어, 검찰이 그 전에 결정을 내리긴 어려울 것"이라며 "당분간은 국정조사 진행 상황을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 변호사는 "앞서 대전고검 담당 검사와 면담을 진행했는데, 청주시장은 기소되고 충북지사는 기소되지 않는 상황이 일반 국민의 법 감정에 어긋난다는 점을 검찰도 인지하고 있었다"며 "중대시민재해 적용 첫 사례인 만큼 검찰이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항고 이후 3개월 안에 처분이 내려지지 않을 경우 고등법원에 기소 여부를 판단해 달라는 재정신청을 할 수 있지만, 유족들은 현재 이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도 했다.
이 변호사는 "항고가 기각되면 그때 재정신청을 해도 된다"며 "시간을 갖고 가능한 많은 사법기관의 판단을 받는 게 낫다는 데 유족들의 의견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항고 진행 상황에 대해 "내부 검토 단계에 있어 답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오송참사는 집중호우가 쏟아진 2023년 7월 15일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인근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유입된 하천수로 당시 지하차도를 지나던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침수돼 14명이 숨진 사고다.
앞서 검찰은 참사와 관련해 충북도·청주시·금강유역환경청 공무원, 경찰관 등 43명을 재판에 넘겼고 현재까지 4명의 형이 확정됐다.
chase_aret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