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전승절] 열병식서 '反서방 수장' 이미지 굳힌 시진핑…대만에도 경고(종합)
권위주의 국가 정상 안방에 모아…강한 반미 연대·첨단 무기 과시

"국가 주권, 통일, 영토 보전 확고히 수호" 대만 독립 세력에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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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절 열병식 사열하는 시진핑 (베이징 교도=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에서 사열하고 있다. 2025.9.3 chungwon@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김현정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통해 북러 정상을 불러 모으며 '반(反)서방' 세력의 수장 이미지를 강화했다.

직전 중국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미국의 패권주의를 겨냥하는 발언을 쏟아낸 시 주석이 이른바 '권위주의 국가'들과의 연대를 잇달아 과시한 것은 대만 문제를 포함해 '중국의 주권'에 도전하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라는 평가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톈안먼 광장에서 진행된 열병식에 대해 "시 주석이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주재하면서, 경쟁국들에 자국의 주권에 도전하지 말라는 도전적 경고를 내렸다"면서 "미국의 질서에 도전하거나 의문을 제기해온 국가들을 대표하는 관람석 지도자들의 모습에서 이 메시지는 더욱 두드러졌다"고 평가했다.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이날 열병식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뿐 아니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등 26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시 주석은 열병식에 앞서 전승절 기념사를 통해 '중국 인민'을 "폭력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립하며 강인한 민족"으로, '인민해방군'을 "당과 인민이 전적으로 신뢰하는 영웅적 군대"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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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면서 "인민해방군은 세계적인 군대로의 발전을 가속하며, 국가의 주권, 통일, 그리고 영토 보전을 결연히 수호해야 한다"면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막을 수 없다"고 역설했다.

중국은 열병식에서 개량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東風·DF)-61, DF-26D 등 극초음속 무기, 징레이(驚雷·JL)-1을 포함한 '핵 3축 체계'을 공개하며 핵 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NYT는 이에 대해 "열병식은 단순히 과거를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서방을 향한 '막을 수 없는 중국의 부흥'에 대한 메시지"라면서 "신무기를 대거 선보인 것은 군사 혁신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는 것이며, 대만 및 국제적 대만(독립) 지지자들에 대한 암묵적 경고"라고 부연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시 주석이 통일과 영토 보전을 언급한 것은 "대만을 장악하려는 목표를 나타내는 신호"라고 봤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라이언 하스 중국센터장은 NYT에 "시 주석은 중국을 세계 중심 강대국으로 인정받고 자국이 원하는 방향에 맞게 국제 시스템을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면서 "그는 다른 정상들이 열병식에 참석한 것은 이러한 목표를 향한 의미 있는 진전으로 본다"고 해석했다.

영국 BBC는 열병식 행사를 두고 "시 주석에게 중요한 외교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한편,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1일 중국 톈진에 집결한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원국 정상들은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조치에 우려를 표한다"며 세계 각국을 상대로 관세 압박을 이어가고 있는 미국을 겨냥해 역시 비판 목소리를 냈다.

정상들은 이날 톈진에서 이같은 내용의 공동 선언문을 채택하고 "세계무역기구(WTO) 규칙과 원칙을 위반하는 경제적 조치를 포함한 일방적이고 강압적 조치에 반대한다"고도 강조했다.

시 주석은 그에 앞서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참석자들을 향해 "우리는 포용성과 문명 간 상호 학습을 옹호하고, 패권주의에 반대해왔다"면서 "세계가 격동과 변화를 겪을 때, 우리는 '상하이 정신'을 계속 이어가고, 우리 조직의 힘을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hjkim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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