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진론' 日이시바, 사임 의사 표명 없이 "적합한 때 결단"
'정권 운영 핵심' 간사장, 퇴임 의사 표명…"임명권자에 진퇴 맡겨"
(기사발신지=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일 열린 자민당 중·참의원 양원 의원 총회에서 "적합한 시기에 결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 반대 세력을 중심으로 제기돼온 퇴진 압박에도 당장 사임할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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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NHK와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이날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총회 모두 발언에서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에 대해 "총재인 나의 책임이고 거기서 도망갈 수는 없다"고 사과했다.
그는 "지위에 연연하는 것은 전혀 아니고 자민당으로서 가야 할 길을 제시할 것"이라며 "그게 내 책임이고 책임에서 도망하는 일 없이 적합한 때에 제대로 결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적합한 때가 언제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번 총회는 선거 패배 원인을 검증해온 당 총괄위원회가 의원들에게 분석 결과를 보고하기 위해 마련했다.
총괄위원회는 보고서 초안에서 유권자의 자민당 지지 이탈 원인으로 호소력 있는 물가 대책 전달 실패, 비자금 문제, 소셜미디어(SNS)의 선거전 활용 지연, 외국인 문제 대응과 '성소수자(LGBT) 이해 증진법'에 따른 당 정체성에 대한 오해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당을 기초부터 다시 만들 각오로 쇄신에 나서 국민 정당으로 거듭날 것을 다짐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총괄위원회 보고는 자민당 총재 선거 조기 실시 여부에 대한 당내 여론 형성의 변수로 주목돼왔다.
요미우리신문은 조기 총재 선거 실시에 대한 당내 찬반 의사 확인 절차에 참여할 수 있는 의원과 지방조직을 상대로 물어본 결과 의원 143명과 지방 조직 38곳은 '미정'이라거나 답변을 주지 않았다고 지난달 31일 보도한 바 있다.
이는 찬반 의사를 제출할 수 있는 전체 342명 중 52.9%에 해당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총괄위원회의 선거 패배 요인 분석 결과와 이시바 총리 등 당 집행부의 총회 발언을 듣고서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이 조사에서 128명은 조기 총재 선거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과반수에는 44명이 모자라는 상태다.
자민당은 지난 7월 참의원(상원) 선거 패배 후 '반(反) 이시바' 세력을 중심으로 이시바 총리 퇴진 요구가 제기되자 자민당 규칙 6조 4항(리콜 규정)의 절차를 밟아 가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리콜 규정에 따르면 현재 당 소속 의원 295명과 광역지자체 지부 대표자 47명 등 총 342명을 상대로 찬반을 물어 과반수인 172명 이상이 찬성하면 총재 선거를 앞당겨 치를 수 있다.
당 총재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는 8일께 조기 총재 선거에 대한 찬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사임 여부를 주목받아온 모리야마 히로시 간사장은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간사장 직을 퇴임하고자 한다"며 "진퇴는 임명권자인 이시바 총재에게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의 정권 운영에서 핵심 역할을 해온 모리야마 간사장은 총괄위원회 검증 결과가 나온 뒤에는 사임할 수도 있다고 그동안 시사해왔다.
현지 언론은 모리야마 간사장만큼 정권 운영을 뒷받침해줄 후임자를 구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그가 사임할 경우 이시바 총리의 정권 운영이 어려움에 빠질 것으로 평가해왔다.
당 핵심 간부인 오노데라 이쓰노리 정무조사회장, 스즈키 슌이치 총무회장 등도 이날 이시바 총리에게 퇴임 의사를 전달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ev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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