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인 구금사태 조기수습 국면…비자제도 개선 추진
한국인 300여명 체포 사태 해결 수순…대통령실 "석방 교섭 마무리"

한국인 전문인력 별도 비자쿼터 도입 필요…'반이민' 트럼프 상대 돌파구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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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 단속 당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 단속 모습 공개 (워싱턴=연합뉴스) 이유미 특파원 =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과 사진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6일 이민세관단속국(ICE) 홈페이지에는 'ICE가 조지아주에서 불법 고용 및 연방 범죄를 대상으로 여러 기관과 합동 작전을 주도했다'는 제목의 언론 발표 자료가 올라와 있다.

사진은 미국 이민당국이 공개한 현대차-LG엔솔 이민단속 현장. 2025.9.7 [ICE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yumi@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지난달 말 한미 정상이 우호를 다진 지 2주도 안 돼 지난 4일(현지시간) 느닷없이 미 이민 당국의 단속에 따른 한국인 무더기 구금 사태가 터졌지만, 조기에 해결 수순으로 접어드는 모습이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7일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300여명이 이민 당국에 체포된 사건과 관련해 "관련 부처와 경제단체, 기업의 신속한 대응 결과 구금된 근로자의 석방 교섭이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강 실장은 "다만 아직 행정적 절차가 남아있다"며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전세기가 우리 국민 여러분을 모시러 출발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등이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 대해 진행한 불법 체류자 단속 과정에서 한국인 300여명이 체포됐다. 이들은 대부분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구금 시설에 있는 상태다.

이에 정부는 과거 열악한 환경으로 지적받은 이 시설에 구금된 한국인들이 안전하고 신속하게 풀려나도록 하는 데 방점을 두고 미측과 협의를 이어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단속 이후 한미 양국은 서울 및 워싱턴, 애틀랜타 현지에서 각급 채널을 통해 계속 소통해왔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선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이후 양국이 경제·안보 분야에서 건설적 논의를 이어가던 와중에 터진 이번 일에 적잖게 당혹스러워했다가, 이날 석방 교섭을 발표하자 안도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미 당국의 법 집행임에도 여러 차례 유감을 표명할 만큼 이번 사안을 엄중히 바라보며 조기 수습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일각에선 양국이 대미투자 패키지 세부 사항을 조율하고 한미동맹 현대화 방안을 논의하는 건설적 흐름에 이번 일이 자칫 '걸림돌'로 작용하는 게 아니냐며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했다.

이번 일은 이민자들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뺏는다고 주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불법 이민 단속을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상황에서 성과 부풀리기에 혈안이 된 담당 기관의 대규모 검거 작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민 당국이 조지아주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벌인 단속이 특정국을 겨냥한 게 아니고 순수하게 국내 정치적인 의제에 따라 이뤄졌다는 것이다.

현대차가 대미 투자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의 대미 경제협력 의지 혹은 투자심리 위축을 우려한 미측도 사태 해결에 일정 부분 협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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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맞잡은 손 (워싱턴=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2025.8.26 xyz@yna.co.kr

정부는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모색할 계획이다.

강 실장은 "유사사례 방지를 위해 대미 프로젝트 관련 출장자의 비자 체계 점검 개선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미 사업을 위한 단기 파견에 필요한 비자 카테고리 신설이나 비자 제도의 유연한 운영 등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측과 협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미 투자 확대에 따라 초기 공장 셋업 등을 위한 단기 인력 파견과 업무 수행에 걸맞은 유연한 비자 필요성을 미국 정부에 적극 제기하는 방안이 하나의 가능성으로 거론된다.

미국의 비자 체계를 바꾸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현행 시스템 내에서 한국 기업인의 애로사항을 해소하는 방안을 모색해달라는 방안이 우선해서 고려될 수 있다.

이번에 체포된 이들은 대부분 회의 참석이나 계약 등을 위한 비자인 B1 비자나, 무비자인 전자여행허가(ESTA)를 소지한 채 현지에서 일을 하다 '체류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단속의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B-1 비자는 상업·산업 노동자들의 장비·기계의 설치·작동·보수 및 현지 직원 교육에 활용될 수 있으나, 실제 건설 작업 수행은 불가하고 급여도 미국 내 사업체에서 지급할 수 없도록 규정돼있다.

다만 미국 취업비자 문제는 정부가 오래간 공 들여왔음에도 쉽사리 풀지 못한 문제라 향후 해결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정부는 특히 반이민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어 돌파구 마련이 더 어려울 수도 있다.

정부는 이전부터 대미 투자 확대 흐름을 고려해 비자 제도 유연성이나 카테고리 신설 등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요청을 국무부 측에 꾸준히 전달했으나 아직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정보기술(IT) 전문가 등 전문직 종사 외국인에게 추첨제로 주어지는 비이민·취업 목적의 H-1B 비자 확대를 위해서도 오랫동안 미측과 협의를 이어왔지만, 큰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측 각급 주요 인사 접촉 계기마다 우리 기업인들이 겪는 비자 문제 해결 및 우리 전문인력 대상 별도 비자 쿼터 도입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2012년부터 한국인 전문인력 대상 별도 비자 쿼터('E-4'비자)를 신설하는 '한국 동반자법(PWKA)' 입법을 위해서도 힘쓰고 있으나 법안은 여러 번 발의에도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에도 영 김·시드니 캄라거-도브 하원의원 주도로 공동 발의된 이 법안은 미국 정부가 전문 교육과 기술을 보유한 한국 국적자에 연간 최대 1만5천개의 전문직 취업비자(E-4)를 발급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정부로선 비자 문제가 원활한 대미 투자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계속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기업의 애로사항을 듣고 어떤 게 최선의 방안일지 의견 수렴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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