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부터 80년대 가요제까지…부모세대 품은 '시청률 치트키'
KBS 조용필 공연, 시청자 호평 속 추석 당일 전체 1위
MBC '놀면 뭐하니?' 80년대 가요제·SBS '우리들의 발라드' 인기
"주 시청층 고령화…기성세대엔 향수, 젊은 세대엔 새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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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왕' 조용필 [K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기사발신지=연합뉴스) 고가혜 기자 = '가왕'(歌王) 조용필의 공연이 할머니부터 손녀까지 다양한 세대를 TV 앞에 앉히며 추석 연휴 안방을 휩쓸었다.
가왕의 공연 외에도 최근 방송가에선 1980년대 콘셉트의 가요제 등 '부모 세대' 시청자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프로그램을 연이어 내놓았다.
이들 프로그램은 폭넓은 세대의 시청자를 아우르며 시청률 '치트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9일 시청률 조사 회사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KBS가 지난 6일 방영한 '광복 80주년 대기획-이 순간을 영원히 조용필' 공연 시청률은 전국 기준 15.7%로 집계됐다. 이는 추석 당일 지상파·종편·케이블을 통틀어 전체 1위의 성적이다.
KBS는 이번 공연과 관련해 프리퀄과 본 공연, 비하인드 다큐멘터리까지 총 3부작 특집과 본 공연 특별판 재방송까지 집중적으로 편성했다.
8일 공개된 콘서트 비하인드 다큐멘터리는 7.3%, 같은 날 연이어 재방송된 특별판은 7.0%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번 방송은 지난달 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조용필의 콘서트를 담았다. 가왕의 단독 공연이 KBS에서 방송된 건 1997년 '빅쇼' 이후 28년 만이다.
시청자들은 150분간 게스트 없이 '창밖의 여자,' '단발머리,' '모나리자,' '돌아와요 부산항에,' '고추잠자리,' '꿈,' '바운스' 등 히트곡 28곡을 열창한 조용필을 향해 아낌없는 환호를 보냈다.
한경천 KBS 예능 센터장은 "조용필의 노래는 모든 국민이 다 아는 노래다. 1997년 목소리와 2025년 목소리가 크게 차이도 없다"며 "조용필 선생님을 모시기 위해 10년 넘게 따라다녔다. 예능 PD로서 더 이상 여한이 없다"고 말했다.
시니어 시청자들을 겨냥한 자막 편집도 눈길을 끌었다.
KBS는 공연에 직접 참석하지 못한 고령 시청자들이 안방에서도 편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곡목을 소개하고 자막 크기와 폰트에도 신경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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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놀면 뭐하니?' 방송화면 일부 [MBC '놀면 뭐하니?'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MBC의 대표 주말예능 '놀면 뭐하니?'도 198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가요제를 기획해 안방 시청자들을 다시 사로잡았다.
지난 7월 26일부터 방송한 '80s MBC 서울가요제'는 다양한 스타들이 80년대 노래를 선곡해 무대를 선보이는 '놀면 뭐하니?'의 새 기획으로, 80년대 무대와 감성을 그대로 재현해 주목받았다.
진한 화장과 볼륨감을 살린 머리, 옛스러운 은테 안경 등 MC 유재석과 김희애의 복고풍 스타일은 물론, 스펀지를 씌운 마이크와 그 시절 무대 장식, 옛날 감성의 자막 글씨체까지 디테일을 살린 연출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조용필의 '모나리자', 박남정의 '널 그리며', 뚜라미의 '그대와의 노래' 등 참가자들이 선곡한 노래들도 기성세대의 추억을 자극했다.
당초 3∼4%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던 이 프로그램 시청률은 서울가요제 방송이 시작된 7월 말부터 점점 오르기 시작해 현재 5∼6%대로 반등했다.
마지막 시상식에서 가수 이적과 이준영이 대상을 받는 모습이 담긴 지난 4일 방송은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6.6%로, 올해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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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우리들의 발라드' 일부 [S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달 23일부터 매주 화요일 방송되는 SBS의 새 음악 예능 '우리들의 발라드' 역시 부모 세대의 옛 발라드 음악을 소재로 안방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7일 방영된 '우리들의 발라드' 3회는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시청률 6.0%를 기록해 3주 연속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우리들의 발라드'는 한국인이 사랑한 추억 속 발라드를 평균 나이 18.2세의 어린 참가자들이 자기 색깔로 재해석해 부르는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이 방송은 등굣길 아빠의 트럭에서 매일 흘러나오던 임재범의 '너를 위해',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가 들려줬던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 등 다양한 스토리가 담긴 10∼20대 참가자들의 노래로 주목받았다.
이 프로그램 MC 겸 심사위원 전현무는 "요즘은 세대별로 듣는 음악이 너무 달라 같이 볼 수 있는 콘텐츠가 별로 없는데, 이 방송은 온 가족이 다 같이 거실에 둘러앉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방송가에서 이처럼 중장년 시청자를 겨냥한 프로그램을 앞다퉈 만들어 내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이미 '초고령화 시대'에 들어선 가운데, 레거시 미디어인 방송을 시청하는 주 시청자층도 점차 고령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기성세대에겐 추억을 자극하는 '옛 콘텐츠'가 젊은 세대에겐 '새로움'으로 다가간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한 방송 관계자는 "지상파 등 TV 시청률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달리 익숙함을 선호하는 기성세대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라며 "옛날 감성의 콘텐츠들이 중장년 시청자들에게는 향수를,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함을 안겨준다"고 설명했다.
gahye_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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