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번의 추억' 허남준 "첫 주연에 긴장…작품 넓게 보려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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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미·신예은과 삼각관계…"재필은 사랑에 서툰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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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허남준 [에이치 솔리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기사발신지=연합뉴스) 고가혜 기자 = "그동안은 주로 조연 혹은 단역으로 나와서 제가 이 작품에서 해내야 하는 기능적인 역할에 주목했던 것 같아요. 첫 주연을 맡으며 제 연기만 보면 안 된다는 것을 느꼈죠."

배우 허남준은 JTBC 토일 드라마 '백번의 추억' 종영을 앞둔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이번 작품으로 첫 주연을 맡은 소감을 전했다.

'백번의 추억'은 1980년대 버스에서 돈을 걷고 승객들의 승하차를 돕던 두 버스 안내양 고영례(김다미 분)와 서종희(신예은)의 첫사랑과 우정을 다룬 이야기다.

극 중 허남준은 부잣집 아들이지만 무뚝뚝한 아버지와 새어머니 사이에서 외로움을 숨기며 자라온 인물 한재필을 연기했다.

첫 주연이라는 부담과 긴장 속에 첫 촬영을 한 그는 촬영을 마칠 즈음에야 재필이라는 인물이 비로소 익숙해졌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 집을 배경으로 한 장면들은 전부 첫 촬영 때 연기했는데, 그때만 해도 아직 '이 연기가 맞나' 계속 의심하면서 촬영했다"며 "최대한 재필이에게 가깝게 다가가려고 부단히 애를 쓰며 찍은 기억이 있다"고 떠올렸다.

그는 "이제 좀 연기가 편해진 것 같다 싶어지니 남은 촬영이 5번도 안 남았더라"며 멋쩍게 웃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 그는 자기 역할에만 집중하기보단 작품을 거시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제 연기만 볼 것이 아니라 좀 더 멀리서, 작품 전체를 보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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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번의 추억' 일부 [JTB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1980년대를 살아가는 인물을 연기하며 그 시절의 '낭만'을 되살리는 데 가장 애를 썼다.

허남준은 "그 시대를 재현하기 위해선 외형적인 부분도 중요하겠지만, 당시 정서를 많이 느끼려고 노력했다"며 "휴대전화도 없고, 비가 오면 그대로 비를 맞던 그때가 참 낭만 있던 시절이 아닌가 싶다. 빠르진 않아도 여유를 즐길 수 있었던 그때의 정서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필은 어릴 적 아픔도 많고, 아직 자기를 지키는 방법도 몰라 약간은 거친 방식으로 자신을 지켜나가는 인물"이라며 "그가 좋은 친구 영례를 만나면서 나다운 모습을 발견하고, 아이 같은 모습도 드러내는 과정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극 중 재필은 영례와 종희 사이에서 삼각관계를 그리면서도 자기 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아 시청자들의 쓴소리를 듣기도 했다.

허남준은 이날 재필 캐릭터에 대한 '변호'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누군가가 보기엔 재필이 두 여자 사이에서 우유부단하게 행동한다고 느낄 수 있지만, 재필은 사랑이라는 걸 해본 적도 없고 경험이 부족해 자신의 마음을 알아챌 줄도 몰랐던 친구"라며 "나를 나답게,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친구 영례에게 느끼던 감정이 결국 사랑이었다는 걸 몰랐던 것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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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번의 추억' 일부 [JTB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만약 자신이 영례나 종희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과연 우정을 위해 사랑을 양보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그는 웃으며 '노'(NO)를 외쳤다.

허남준은 "양보할 수 있냐, 없냐보다는 결국 그 상대가 누굴 좋아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면서도 "만약 너무 좋아한다면 그 사람의 선택에 가까워지기 위해, 혹은 내가 먼저 쟁취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춘 김다미, 신예은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둘 다 저보다 훨씬 노련하고 (주연) 경험도 많아서 특별한 연기 비법이 있나 했는데,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해 오는 모습을 보며 성실한 태도에 많이 놀랐다"며 "연기를 할 때도 저는 보지 못했던 시선으로 섬세하게 바라보는 것을 보며, 저도 다음 작품을 할 때 따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허남준은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 역할에 도전해보고 싶다며 연기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제가 경력은 짧지만 그동안 사극, 시대극,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했다고 생각해요. 세월이 지나 똑같은 장르를 다시 한 번씩 도전해보며 좀 더 성숙해진 제 연기를 보고 싶어요."

gahye_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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