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가 돼 돌아온 '믿음의 야구'…한화 김서현 또 무너졌다
1차전 9회 등판해서 홈런 맞았던 김서현, 4차전 6회 동점 3점포 헌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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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현 ‘망연자실’ (대구=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22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한화 이글스 대 삼성 라이온즈 4차전. 6회 말 1사 1,3루 때 삼성 김영웅에게 3점 홈런을 맞은 한화 투수 김서현이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2025.10.22 mon@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정우주가 3⅓이닝 무실점으로 기대 이상 역투를 펼치고, 문현빈이 혼자 4타점을 쓸어 담을 때까지만 해도 한화 이글스는 19년 만의 한국시리즈 티켓을 거머쥐는 듯했다.

2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삼성 라이온즈의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4차전 중반까지 분위기는 한화 쪽이었다.

한화는 정우주가 선발 마운드에서 버티는 사이, 문현빈이 1회 삼성이 자랑하는 에이스 원태인을 상대로 적시 2루타를 때려 선취점을 냈다.

정우주가 힘이 빠지자 4회 1사 1루에서 김범수를 투입했고, 김범수는 삼진 2개로 김영웅과 박병호를 처리해 4-0 리드를 지켰다.

한화는 5회 등판한 박상원이 깔끔하게 타자 3명으로 이닝을 마칠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문제는 6회였다.

삼성의 좌타자를 상대하기 위해 마운드에 올라간 왼팔 투수 황준서는 선두타자 김지찬에게 3루타를 맞고, 김성윤에게까지 볼넷을 허용해 주자를 쌓았다.

그리고 구자욱에게 좌익수 앞 빗맞은 안타를 맞고 1-4로 추격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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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김서현 (대구=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2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4차전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6회말 한화 김서현이 동점을 허용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25.10.22 psik@yna.co.kr

여기서 한화 벤치의 선택은 김서현이었다.

김서현은 올해 정규시즌 69경기에서 2승 4패 33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3.14를 거둔 주전 마무리다.

한화가 올 시즌 정규시즌에서 2위를 차지하고 가을 잔치에 초대받은 것도 김서현의 역할이 컸다.

그가 불펜 맨 뒤에서 든든하게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나머지 불펜 투수도 강력한 구위를 자랑할 수 있었다.

문제는 후반기부터 삐걱거렸던 김서현의 구위다.

지난 1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서 그는 9회 2아웃을 잡아놓고 현원회와 이율예에게 2점 홈런 2방을 허용하고 LG 트윈스의 한국시리즈 직행 마지막 '매직 넘버'를 지워주는 아픔을 겪었다.

김서현은 플레이오프에도 구위를 회복하지 못했다.

1차전에서 9-6으로 앞선 9회 등판했다가 이재현에게 홈런을 허용하는 등 2점을 내줬다.

결국 한화는 5-4로 승리한 3차전에서 9회 김서현을 올리는 대신 문동주에게 끝까지 마운드를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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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현, 6회말 등판 (대구=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2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4차전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6회말 한화 김서현이 역투하고 있다. 2025.10.22 psik@yna.co.kr

한화 벤치로서는 주전 마무리 김서현을 살려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김서현은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이날 6회 무사 1, 2루에서 바통을 받아 르윈 디아즈를 내야 땅볼로 처리하고 아웃 카운트를 잡은 건 좋았다.

하지만 김영웅에게 2스트라이크를 잡아놓고 직구로 정면 대결을 벌이다가 동점 3점 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이 한 방으로 분위기는 순식간에 삼성 쪽으로 기울었고, 김영웅이 7회에도 연타석 3점 홈런을 터트려 한화는 4-7로 역전패했다.

김서현을 살려야 한다는 한화 벤치의 신뢰가 결국 비수가 돼 돌아온 것이다.

문제는 남은 포스트시즌에서 김서현 카드를 더는 쓰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24일 대전에서 열릴 5차전은 물론이고, 한국시리즈에 올라간다고 해도 위기 상황에서 그를 투입하기는 어렵다.

한화 벤치는 김서현을 대신할 '임시 소방수'를 찾는 게 급선무다.

4b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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