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위탁 수수료 5년간 11.8조…성과는 '글쎄'
5년간 대체투자에만 수수료 8조5천억 집중
손실 나도 수수료는 더 내…보수체계 점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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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 뒤면 국민연금 소진?…5차 재정추계 본격 착수 (CG) [연합뉴스TV 제공]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국민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외부 자산운용사에 지불하는 막대한 위탁수수료가 여전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최근 5년간(2020∼2024년) 지급한 수수료 총액이 11조8천억 원을 넘어섰지만, 그 성과는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실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민연금 자산군별 운용 및 위탁수수료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지급된 위탁 운용 수수료는 총 11조8천166억 원에 달했다. 연도별로는 2024년에 2조8천856억 원이 지급돼 가장 많았고, 2022년(2조7천293억 원)에도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민연금 자산군별 위탁운용 수수료 현황(단위: 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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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주식 |
국내채권 |
해외주식 |
해외채권 |
대체투자 |
2020년 |
1,304 |
294 |
3,181 |
309 |
8,661 |
2021년 |
1,833 |
315 |
3,980 |
422 |
16,874 |
2022년 |
1,649 |
305 |
3,830 |
526 |
20,983 |
2023년 |
1,637 |
324 |
4,270 |
540 |
18,073 |
2024년 |
1,667 |
354 |
5,085 |
590 |
21,160 |
문제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치르고도 손에 쥔 성적표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성과와 비용이 따로 움직이는 비합리적인 수수료 구조가 수치로 드러났다. 단적인 예로 국내 주식 부문을 살펴보면, 2023년에는 22.1%라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1천637억 원의 수수료를 지출했다. 하지만 2024년에는 수익률이 -6.8%로 곤두박질쳤음에도 불구하고, 지출된 수수료는 오히려 1천667억 원으로 더 늘어났다. 시장에서 큰 손실을 봤는데도 운용사에는 더 많은 보수를 챙겨준 셈이다.
[국민연금 자산군별 위탁운용 수익률 현황(단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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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주식 |
국내채권 |
해외주식 |
해외채권 |
대체투자 |
2020년 |
34.9 |
1.9 |
11.1 |
-0.3 |
2.2 |
2021년 |
8.7 |
-1.0 |
27.1 |
7.3 |
24.9 |
2022년 |
-22.4 |
-5.2 |
-13.0 |
-5.3 |
9.2 |
2023년 |
22.1 |
8.5 |
22.5 |
10.0 |
5.7 |
2024년 |
-6.8 |
5.7 |
32.8 |
17.5 |
17.3 |
거액의 수수료는 '대체투자' 부문에 집중적으로 흘러 들어갔다. 5년간 지급된 전체 수수료의 72.5%에 달하는 8조5천751억 원이 대체투자 위탁수수료로 지급됐다. 그러나 대체투자 부문의 위탁 수익률은 2023년 5.7%에 그치는 등 변동성이 큰 모습을 보여, 막대한 수수료 지불의 타당성에 대한 의문을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관리 부실'을 지목한다.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를 제대로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위탁 금액을 조정하거나 계약을 해지하는 등 강력한 '신상필벌' 원칙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다.
실적이 저조한 운용사에 대해서도 관성적으로 자금을 맡기는 관행이 개선되지 않는 한, '수수료는 수수료대로 나가고 수익률은 저조한'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 연구 결과는 성과에 기반한 관리의 중요성을 뒷받침한다. 성과가 나쁜 위탁 펀드에서 자금을 회수하는 불이익을 줬더니, 12개월 후 기준수익률(벤치마크) 대비 수익률이 눈에 띄게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반면, 별다른 평가 없이 자금을 추가로 투입한 펀드의 성과는 오히려 떨어졌다.
국민의 소중한 노후 자금에서 막대한 수수료가 지출되고 있지만, 그 성과가 비용을 상쇄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위탁운용사 선정과 관리, 특히 성과에 기반한 강력한 벌칙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위탁 시스템 전반에 대한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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