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 분담"…與, 대통령실 재판중지법 제동에 엇박자 진화 진땀(종합)
정청래, 자기 정치·명청 갈등 비판 속 李대통령과 '투샷' 사진 SNS 게시
당·원내간 입장차도 노출…문진석 "원내지도부선 법안 추진 논의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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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4일 2026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회를 나서며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2025.11.4 superdoo82@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이슬기 김영신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4일 '재판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드라이브를 걸다 대통령실이 급제동을 걸면서 부각된 당과 대통령실간 엇박자 논란을 진화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국정안정법이라고 규정하고 급가속 페달을 밟은 지 하루 만에 대통령실의 공개 경고로 입장을 번복한 것을 두고 당내 비판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어서다.
우선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가 될 민감한 법안 추진을 두고 정청래 대표를 위시한 지도부가 대통령실과 충분한 소통 없이 혼선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법안 추진을 번복하는 과정에서 원내 지도부의 난감한 기색이 엿보인다.
한미 관세협상의 결과를 후속 입법으로 뒷받침하고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야당의 협조를 끌어내야 하는 상황에서 재판중지법 이슈가 부상하면 불필요한 정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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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 만나러 가는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가 국민의힘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를 만나러 가고 있다. 2025.10.28 pdj6635@yna.co.kr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 "원내(지도부)에서는 사실 재판중지법을 언제 통과시킬지, 추진할지 논의된 적이 없다"고 전했다.
그는 "이 문제는 지도부 차원에서 논의됐던 문제가 아니다. 이번 주는 사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성과를 홍보하는 게 당의 기조였다"며 "이런 당의 기조와 관련한 엇박자 메시지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박수현 수석대변인이 빠르게 (법안 추진 철회) 논평을 냈다"고 설명했다.
당내 친명(친이재명)계 모임인 '원조 7인회' 멤버로 꼽히는 문 수석부대표는 "당에서 이 문제로 불필요한 논의가 되는 것 자체를 두고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탐탁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정 대표를 향한 (대통령실의) 경고성 메시지라기보다는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으로 끌어들이지 말라는 취지"라고 재차 강조했다.
실제로 당 일각에선 재판중지법 논란이 이 대통령의 'APEC 성과'를 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감지된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재판 속개 문제가 현실로 다가오면 그때 가서 입법하면 되는데 굳이 왜 지금 시점에 재판중지법을 추진하려 했는지 의문"이라며 "하루 만에 정리가 된 모양새지만 당 대표나 지도부 입장에서는 체면을 많이 구겼다"고 말했다.
충분한 당·정·대 간 소통 없이 법안 추진 움직임이 드러나다 보니 정 대표가 '자기 정치'를 앞세운 듯한 모양새로 비친 게 아니냐는 비판론도 없지 않다.
다른 초선 의원은 "상식적으로 이런 큰 건은 여당과 대통령실이 긴밀히 상의하고 교감을 거쳐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일방적으로 추진한 것 아닌가"라며 "지금은 여야가 세게 싸우는 상황이지만 연말, 내년 초쯤 가면 당 지도부의 리더십에 대해 이런저런 비판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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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대표와 악수하는 이재명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본회의장에서 나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2025.11.4 [국회사진기자단] photo@yna.co.kr
 
 
반면 이번 재판중지법 추진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정청래 대표 측에서는 당 안팎의 '자기 정치' 시선에 선을 그으면서 대통령실과의 사전 교감을 거친 역할 분담이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실상 이 대통령의 질책성 제동에 따라 여당의 재판중지법 처리가 '중지'된 모양새를 띠자 당 안팎의 '당정 엇박자' 논란을 진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2일 법안의 이달 내 본회의 처리 가능성을 시사하는 브리핑을 했던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은 개혁에서 반 발짝 앞서가고, 경제 정책 등은 정부가 앞서가는 소위 '굿캅·배드캅' 역할에 대해 (당정 간) 말없이도 나뉘어져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말에 개혁 과제가 완결될 때까지는 당이 반걸음 정도 앞서가고, 때때로 대통령실이 눌러주며 브레이크를 잡아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정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오늘의 포토제닉'이라는 제목으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 차 국회 본회의장을 찾은 이 대통령 옆에서 자신이 활짝 웃으며 이 대통령과 손을 맞잡은 사진을 게시했다.
당 안팎에서 이른바 명청(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 갈등이 재연됐다는 비판이 나오자 사진 한 장으로 이를 불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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