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식민지배 반성' 총리담화 관련 "역대 역사인식 계승"(종합)
국회서 야당 의원 질의에 답변…"李대통령, 문제의식 공유할 수 있는 지도자"
"트럼프는 쾌활하고 유머 있어…시진핑은 매우 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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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기사발신지=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7일 일제 식민지 지배와 관련해 "지금까지 내각 총리 담화를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승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제1야당 입헌민주당 나가쓰마 아키라 의원이 '식민지 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한 무라야마 담화에 대한 의견이 어떠한가'라는 취지로 질문하자 이같이 답했다.
무라야마 담화는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가 전후 50년이었던 1995년에 발표했다. 그는 이 담화에서 "아시아 사람들에 대해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줬다"며 이에 대한 반성과 사죄의 뜻을 나타냈다.
강경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달 21일 취임 이후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최초로 보인다.
이 표현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한 기시다 후미오,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가 한일 역사 문제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 일관되게 언급한 것이다. 이시바 전 총리는 지난달 발표한 '전후 80년 소감'에서 역사 문제와 관련해 이 표현을 썼다.
다카이치 총리는 무라야마 담화에 대해 여러 차례 비판한 적이 있고, 2005년 잡지에 기고한 글에서는 "이렇게 분별없는 견해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자손을 '범죄국가의 국민'으로 계속 묶어두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일제가 벌인 일련의 전쟁과 관련해 '일본이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지금까지 정부 견해대로 그것을 답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나가쓰마 의원이 답변의 정확한 의미를 재차 묻자 "현재 상황과는 다르다"며 일본의 행위가 침략이었고 식민지 지배였으며 일본은 여러 차례 사죄의 뜻을 밝혔기에 그러한 사고방식을 답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하순 외교 일정을 통해 만난 각국 정상에 대한 인상도 언급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재명 대통령이 매우 따뜻하게 맞이해 줬다"며 "일미한 협력과 일한 관계에 대해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는 리더(지도자)라는 인상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통령이) 저에 대해 매우 잘 조사했다"며 오토바이, 드럼, 스쿠버다이빙 등 자신의 취미에 대해 언급했다고 소개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서로가 세습 정치인이 아니고 제로 상태에서 열심히 걸어서 여기까지 힘내 왔다는 언급도 있었다"며 "일본과 저에 대한 배려를 느꼈다"고 덧붙였다.
앞서 다카이치 총리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지난달 30일 이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개최해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는 "매우 쾌활하고 유머가 있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첫 회담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을 터놓는 분위기 속에서 상당히 어려운 과제 등에 대해 충실한 회담을 했다"고 덧붙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관련해서는 "매우 진지한 분"이라며 "내실 있고 충실한 논의를 하고, 현안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논의할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취임 이후 여야 의원들과 일대일로 논전을 벌이는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것은 처음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예산위원회 준비를 위해 이날 오전 3시께 총리 공저에 들어가 비서관 전원과 약 3시간 동안 회의했다고 교도통신 등이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역대 총리도 예산위원회 당일에는 아침 일찍 답변을 확인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새벽 3시 (회의) 시작은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초순 자민당 총재로 선출된 직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말을 버릴 것"이라며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보조: 김지수 통신원)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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