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헬기로 NLL 위협비행'…특검, 北 도발 유도 정황 포착
임무 수행 군관계자 진술…피격 위험에도 합참서 반복적 지시 하달
"목숨걸고 北기지 2∼3㎞ 내 비행 '총알받이' 의심…내부동요 증폭"
특검, 인명피해 감수 비상계엄 명분 만들려는 기획 작전 여부 수사
X
아파치 공격헬기 (서울=연합뉴스) 육군항공사령부가 2025년 FS/TIGER의 일환으로 동부전선과 서해상에서 각각 아파치 공격헬기의 장거리 전술 및 해상 편대비행을 실시했다고 13일 밝혔다. 사진은 아파치 공격헬기가 작전을 위해 이륙하고 있는 모습. 2025.3.13 [육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지난해 하반기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우리 군이 무장 헬기로 북방한계선(NLL) 인근을 위협 비행하며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 했다는 군 내부 증언이 나왔다.
비상계엄 관련 외환 의혹을 수사 중인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도 관련 정황을 포착해 경위를 살펴보는 것으로 파악됐다.
30일 연합뉴스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육군항공사령부 예하 항공여단 소속 항공대대 관계자 진술에 따르면 항공사령부는 지난해 한 해에만 7∼8회에 걸쳐 무장 아파치 헬기를 띄워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따라 비행하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무장 헬기 NLL 투입 작전은 합동참모본부 명령에 따라 작년 5∼6월께부터 한 달에 1∼2회씩 집중적으로 실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헬기는 30mm 기관포탄과 헬파이어 미사일로 무장했는데, 합참으로부터 서해 NLL을 따라 연평도·백령도를 거쳐 북한을 향해 20분가량 비행하라는 이례적인 지시가 하달됐다고 한다.
통상 백령도로 비행할 때는 안전 문제를 고려해 북한과 거리를 두고 'ㄴ'(니은)자로 돌아가는 비행경로를 택한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북한에 노출될 위험을 무릅쓰고 NLL을 따라 비행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는 것이다.
작전은 주로 야간이 아닌 낮에 이뤄졌으며, 북한 군 기지와 불과 2∼3㎞ 떨어진 거리에서 비행했다. 이 때문에 당시 작전에 투입된 조종사들로부터 '북한 어선들이 맨눈으로 보일 정도였다'는 전언도 있었다고 한다.
X
북방 한계선과 서해 해상경계선(CG) [연합뉴스TV 제공]
이처럼 북한 도발 유도 목적이 의심되는 무리한 작전이 이어지자 부대원들 사이에서는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니 북풍 몰이를 하려는 게 아닌가'라는 우려까지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작전 상황을 가까이서 지켜봤다는 이 항공대대 관계자는 "한 마디로 목숨 걸고 가서 격추되거나 추락하면 그것을 빌미로 어떤 공작을 하려 한 게 아닐지 의심된다"며 "전형적인 '고기방패'(총알받이) 임무였던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처음에는 단순 도발 작전으로 여겨졌지만 무리한 작전이 반복되자 '아무래도 우리가 공격받기를 원해서 하는 작전이 아닌가' 하는 내부 동요도 커졌다고 한다.
이에 더해 작전 당시 헬기 무장 지시를 의아하게 여기는 분위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평상시에는 무장을 하지 않은 빈 헬기로 훈련을 해 왔지만 지난해 NLL 위협 비행 때는 전시에 대비해 비축해둔 실탄까지 실으라는 지시가 내려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는 것이다.
내란특검팀도 우리 군이 무장 헬기를 NLL 비행에 투입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 한 정황을 포착해 관련자 증언 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이 12·3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고자 평양 무인기 투입 작전 등으로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로 군이 인명 피해 위험을 감수하고 헬기를 띄워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 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hee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