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욱스님(세종 구룡사 주지)
[칼럼]
불교의 중도와 회통사상으로 본 세종 행정수도 완성
성욱스님(세종 구룡사 주지)
세종특별자치시가 새로운 전환점에 섰다. 지난 13일 국정기획위원회가 발표한 국정과제에서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이 공식 명시되었다. 이는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집무실 건립을 비롯해 국가 균형 성장 전략의 핵심축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세종시는 이를 환영하며, 단순한 행정 기능 이전을 넘어 대한민국의 균형 발전을 실질적으로 구현할 후속 조치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구조적 불균형을 바로잡고, 지방이 스스로 호흡하며 성장할 수 있는 초석이 마련된 셈이다.
불교는 모든 존재가 서로 얽혀 있음을 ‘연기법(緣起法)’으로 설한다. 어느 한쪽의 힘이 지나치게 커지면 전체는 무너지고, 서로 나누고 보완할 때만 온전한 생명이 유지된다. 이러한 원리는 곧 중도(中道)의 길이며, 대립과 편향을 넘어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는 회통(會通)의 지혜로 이어진다.
오늘의 행정수도 구상은 불교의 이러한 사상과 맥을 같이한다. 수도권과 지방이 각자의 몫을 다하며 공존할 때, 국토 전체는 건강한 균형을 이룬다. 이는 단순히 행정의 이전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를 살리는 ‘분산과 조화’의 실천이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수도권 집중이라는 편향 속에서 불균형을 겪어왔다. 교육, 일자리, 문화, 행정의 모든 중심이 한 곳에 모여 다른 지역의 숨통을 죄어왔다. 불교적으로 본다면 이는 ‘탐(貪)’의 한 형태라 할 수 있다. 특정 지역의 과도한 집착은 결국 전체의 고통으로 돌아온다.
반면 세종 행정수도의 완성은 나눔과 분산을 통해 공평함을 되찾는 길이다. 국회와 정부가 나누어 서고, 지역이 스스로의 문화와 산업을 꽃피울 때, 국토는 중도적 균형을 회복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불교가 지향하는 조화의 사회이며,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이다.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은 단순한 정치적 과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삶을 다시 짜는 수행과 같다. 편향을 줄이고, 나눔을 확대하며, 모든 지역이 제자리를 찾는 길이다. 불교의 중도와 회통사상은 이 길을 밝히는 등불이다. 나라의 발전은 결코 한쪽만의 힘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다섯 손가락이 모여 주먹이 되듯, 지역과 수도가 함께할 때 비로소 대한민국은 새로운 균형과 번영의 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