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鄭·張 악수' 중재로 협치물꼬 텄지만…난관 '수두룩'
민생경제협의체 구성·수시 회동 공감대…李 '하모니메이커' 될까
화기애애 분위기 뒤엔 '냉기류' 여전…특검·사법개혁 등 핵심 쟁점 이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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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하는 여야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2025.9.8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xyz@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설승은 김영신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8일 회동에서 지속적인 소통에 뜻을 모으면서, 여야 대치로 얼어붙었던 정국이 협치 모드로 본격 전환될지 주목된다.
여야는 이 대통령 주재 회동에서 가칭 '민생경제협의체'를 구성해 공통 공약 등 현안을 논의하기로 하는 한편 야당 요청이 있으면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담을 수시로 열기로 합의했다.
대통령실과 여야가 공식 소통 창구의 기틀을 마련하고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하기로 뜻을 모았다는 점에서 일단은 협치의 첫 단추를 끼웠다는 기대 어린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여야 대치의 근본적 원인인 쟁점 현안에 대한 이견은 여전하다는 점에서 향후 실질적인 협치 정국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첫 악수'로 시작한 회동…협치 물꼬 트고 소통 기틀 마련
참석자들이 손을 한 데 맞잡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흐른 이날 회동은 협치 무드 조성에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이 대통령은 '통합의 중재자'를 자임하며 협치 정국 추동 의지를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 대표로 취임한 지 13일 만인 이날 여야 대표가 이 대통령을 사이에 두고 처음 악수한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비상계엄 등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야당 인사들과의 악수를 거부해왔다는 점에서 해빙 무드로의 전기가 일단은 마련된 것 아니냐는 것이 여야의 시각이다.
참석자들은 성과 도출과, 이를 위한 지속적인 소통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에게 "특정 진영이 아닌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돼달라"며 "정부와 여당, 야당이 머리를 맞댈 소통 창구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향해 "오늘은 하모니메이커(harmony maker)가 된 것 같다"며 "대통령 주선으로 여야가 만났으니 향후 건설적인 여야의 대화가 복원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젠 모두의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화답하며 "국민 통합이 대통령의 가장 큰 책무로, 간극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게 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야당에 손을 적극 내미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 대통령은 정 대표에게 "여당이라 더 많이 가지셨으니 (야당에) 조금 더 많이 내어주면 좋겠다"고 했고 정 대표는 "그렇게 하겠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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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여야 지도부 회동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기념촬영 후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2025.9.8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xyz@yna.co.kr
◇ '실질적 성과' 강조한 민생경제협의체…'하모니메이커' 결과 낼까
특히 대통령실과 여야는 이날 대내외적인 위기 속에 정치 복원으로 민생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 대통령으로선 임기 초 안정적인 국정 동력 확보를 위해 야당을 국정의 주체로 인정하고 협조를 얻어내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야당과 대치 중인 여당을 협치의 장으로 끌어내는 것도 과제였다.
국민의힘의 경우 제1야당으로서의 책임 있는 모습을 부각하며 대선 패배 후 흐트러진 전열을 재정비하는 계기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장 대표가 먼저 제안하고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화답하는 모양새로 합의한 민생경제협의체 활동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간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의 회담에서 여야정 국정협의체 정례화 등의 방안이 여러 번 논의됐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점을 고려한 듯 이날은 '성과'에 방점을 찍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형식만 갖춘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는 테마(주제) 있는 협의체가 돼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정 대표는) 민생경제협의체에서 공통 공약과 배임죄 개선 등의 테마를 주제로 성과를 내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이밖에 청년 고용대책과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상향 조정, 지방 건설 경제 활성화 등의 구체적 과제도 언급됐다.
이 대통령은 "서로 용납, 용인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찾아내고 공통 공약 같은 것은 과감하게 같이 시행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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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은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9.8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xyz@yna.co.kr
◇ 해빙 모드 접어들지는 미지수…계엄·검찰개혁 의견 팽팽
하지만 정치권의 기대대로 이날 회동을 계기로 여야의 대치 전선이 해제되고 해빙기로 접어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훈훈한 분위기 아래 소통을 외쳤지만, 현 정국 갈등의 핵심 쟁점에 대해선 엇갈린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내란 특검 등 현재 진행 중인 각종 특검 수사, 검찰개혁 등 정부 조직 개편,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 대법관 증원 등이 꼽힌다.
앞으로 정국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국민의힘은 내란 수사·재판이 야당 탄압이자 '내란 몰이'라는 인식을 드러냈지만, 민주당은 국가 정상화를 위한 선결 조건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장 대표는 "과거 청산이라고 하지만 특검의 무리한 수사가 인권 유린이나 종교 탄압으로도 비칠 수 있다"며 "특검 연장이나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엔 대통령이 과감히 재의요구권을 행사해달라"고 요구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이나 정부가 특검 수사에 개입하고 있다는 인식을 준다고 지적했다"며 "특검 기간 연장,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대법관 증원 같은 사법 파괴 시도에 강력한 우려를 표시했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도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반면 정 대표는 "국민은 완전한 내란 종식을 바란다"며 "적어도 내란과 외환은 무관용 원칙으로 다스려야 한다. 비상계엄에 책임 있는 세력은 진정 어린 사과를 하고 내란 종식에 협력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회동을 계기로 특검법 추진 등의 기류가 변할 가능성을 묻는 말에 "오늘 각 당의 입장을 말한 것이고, 충분히 서로 경청했다"고만 답했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장 대표의 재의요구권 행사 요구에 대해 "그런 요구는 제 생각에 대통령에게 요구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지 않을까"라고 언급했다.
쟁점 사안을 두고 여전히 평행선이 그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지점이다.
거론된 이슈가 아니어도 당장 여야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를 두고 충돌할 위기다.
권 의원 체포동의안은 9일 본회의에서 보고되며, 이번 주 표결에 부쳐진다. 가결 시 해빙 무드가 순식간에 얼어붙으며 이날 회동의 빛이 바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s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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