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에서 온 '절대 비불'…日 젠코지 불상 담은 판화 첫 공개
원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20일부터 '일본 불화 판화' 특별전

대형 판화·판목 등 70여 점 소개…"불교문화를 그림으로 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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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타삼존불 판화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기사발신지=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백제 왕이 보냈다고 전하는 일본 젠코지(善光寺) 불상의 모습을 담은 옛 판화가 처음으로 공개된다.

강원 원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은 이달 20일 개막하는 특별전 '불교 목판화의 꽃'에서 젠코지의 일광삼존아미타여래 삼존불상을 바탕으로 제작된 일본 판화와 판목(版木)을 선보인다.

한선학 고판화박물관장은 18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연 간담회에서 "한국의 불교 미술이 일본에 전해져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보여주는 유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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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타삼존불 판화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일광삼존아미타여래 삼존불상은 552년 백제 성왕(재위 523∼554)이 보냈다고 전하며,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불상으로 여겨진다.

이 불상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비불'(秘佛)로 잘 알려져 있다.

비불은 비밀스럽게 모신 불상으로, 직접 눈으로 보며 참배하는 게 불가능하다. 젠코지 측은 가마쿠라 시대(1185∼1333) 때 원래 불상을 본떠 만든 불상을 7년에 한 번 공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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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보살 지옥 만다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에 공개하는 판화는 에도 시대(1603∼1868) 때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가로 59㎝, 세로 113㎝ 크기로 1m가 넘는 '대형' 작품이라고 한 관장은 설명했다.

함께 공개되는 판목의 경우 가로 16㎝, 세로 39㎝ 크기로 작은 편이다. 당시 제작된 여러 판목 가운데 하나인 것으로 보인다.

한 관장은 "비불인 젠코지 불상은 불화로 만들어져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며, 판화로도 만들어 많은 이들이 소장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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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나한도 판화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면서 "백제 불교문화의 영향을 받아 제작된 중요한 판화 유물"이라고 말했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기획한 전시는 여러 국가 가운데 불화를 바탕으로 한 판화가 가장 발전한 일본 판화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부처의 일생을 다룬 불화 판화, 우주 법계(法界)의 덕을 나타낸 불화인 만다라, 판목 등 그동안 수집해 온 일본 판화 유물 50여 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젠코지 불상을 표현한 판화 외에 주목할 만한 유물도 여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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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행자도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에도 시대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지장보살 지옥 만다라는 사람이 죽으면 그가 지은 업에 따라 육도(六道)의 세상에서 생사를 거듭한다는 윤회 사상이 깃들어 있다.

지장보살을 중심으로 가장 고통이 심한 지옥도, 굶주림의 고통이 심한 아귀도, 노여움이 가득한 아수라도 등 육도를 화려한 색채로 표현했다.

한 관장은 "염라대왕이 아니라 지장보살을 중심으로 한 지옥 만다라, 혹은 윤회도"라며 "판화를 찍은 뒤 색을 칠하는 형태로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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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경전을 담은 목판화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에서는 교토의 사찰 지온인(知恩院)이 소장한 고려시대 불화 '오백나한도'(五百羅漢圖)를 모본으로 삼아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목판화 등도 볼 수 있다.

한 관장은 "동아시아 사상과 문화의 큰 축인 불교를 그림으로 쉽게 이해하는 판화를 통해 동양 문화의 시대에 한 발 나아가는 밑바탕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1월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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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학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장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한선학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장이 1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일본 불화 판화' 특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9.18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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