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내리는 검찰 내부 "수뇌부 책임져야" 성토…사의 표명도
내부망 비판 잇따라…"검사·수사관들 불안에 떠는데 대검은 조용"

"위헌성·권한쟁의심판 청구" 의견도…최인상 부장검사는 사직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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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선 검찰의 시대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28일 비 내리는 서초동 대검찰청에 자동차 출입문에 차단기가 내려와 있다.

지난 26일 국회에서 검찰청 폐지 등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표결 처리됨에 따라 검찰은 내년 9월 간판을 내린다. 2025.9.28 hama@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박재현 권희원 이밝음 기자 = 검찰청을 폐지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지난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위헌적 입법이라는 반발과 함께 지휘부의 미온적인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유미(사법연수원 30기·검사장급)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전날 오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지금 무슨 역할을 하는지 모르겠는, 그러나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에 있는 현재 수뇌부가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적었다.

또 개정안 통과 직후 사의를 표명한 차호동 대전지검 서산지청 형사부장을 언급하며 "차 부장은 검찰의 미래를 지켜야 할 인재이고, 현재 검찰 해체의 책임을 질만한 지위에 있는 것도 아니다"며 "책임지는 지위에 계신 분들은 일단 차 부장의 사의를 철회시켜달라. 그리고 스스로 책임을 져라"고 촉구했다.

정 연구위원은 검찰 지휘부가 모인 대검찰청을 향해 "2천명이 넘는 검사들과 1만명이 넘는 수사관·실무관·행정관들은 향후 운명을 알 수 없어 불안에 떨고 있다"며 "사정이 이러한데 검찰의 방향키를 쥔 대검은 그저 조용하다. '어떻게 대응해 왔으나 어떤 연유로 관철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구성원에게 송구하다'는 등의 입장 표명도 없다"고 비판했다.

정 연구위원은 "일선 검사장들도 지나치게 조용하다"며 "구성원들의 불안을 알고 있다면 하다못해 청별로 구성원 입장을 수렴해 대검에 전달하려는 시도라도 해야 하지 않냐"고 지적했다.

김윤선(33기) 천안지청장도 이날 이프로스 글을 올리고 "지금까지 대검이 보여준 정부조직법 개정 과정에서의 모습을 보면 향후 1년간 직무대행께서 어떻게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 절차를 만들어 갈지 믿음이 생기지 않고, 대검을 어떻게 신뢰하고 따라야 할지 의문이 든다"고 적었다.

이어 "대검은 의견조회 절차를 생략하고 국민참여재판 지침을 갑작스럽게 개정하거나 관봉권 띠지 사건으로 인한 수사관들의 상처에는 대응하지 않고 사실상 불필요해 보이는 업무 연락을 전파했다"며 "향후에도 이렇게 일방적이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검찰 조직 개편 작업에 대응할까 걱정"이라고 비판했다.

또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대검 차장검사)을 향해서도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응 방안을 소상히 설명할 거라 생각했으나, 그 귀한 순간에 '안타깝다', '다음에 말하겠다'고만 하고 퇴근했다"며 "기대와 믿음이 커서인지 자괴감과 부끄러움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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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조직법 표결 앞둔 대검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국회는 26일 본회의에서 검찰청 폐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 신설 등의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표결할 예정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2025.9.26 ksm7976@yna.co.kr

박재억(29기) 수원지검장도 이날 글을 올려 대검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지검장은 "헌법이 정한 기관 명칭인 '검찰'을 법률로 폐지·변경할 수 없다"며 "정부조직법에 관해 각계각층에서 위헌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검찰청 폐지안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하거나 위헌성을 지적하며 반발하는 글들도 잇따랐다.

최인상(32기) 서울북부지검 형사1부장은 이날 오전 사직인사 글을 올리고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현행 형사소송법 체계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국민들을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역할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대검 차장은 국회의 의결을 존중한다고 했지만 저는 그럴 수 없다"고 적었다.

이어 "지난 23년간 사건을 처리하면서 정적을 제거하거나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 없는 증거를 만들지 않았다"며 "검찰이 가지고 있다는 무소불위의 권력은 적어도 제 방에는 없었던 듯하다"고 덧붙였다.

최 부장검사는 "솔직히 앞으로 1년간 (개정안) 후속 조치를 마련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검사로서의 직분을 내려놓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검찰 개혁이 어떻게 마무리되는지 잘 지켜보겠다"고 강조했다.

강백신(34기) 대구고검 검사는 이프로스에 "2025년 9월 26일은 검찰청 폐지가 아닌 헌법 폐지의 날"이라는 글을 올려 개정안의 위헌성을 지적했다.

강 검사는 "다른 모든 반헌법적 요소와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차치하더라도, 검찰총장·검사라는 헌법상 명시적으로 규정된 단어의 문언적 의미에 반할 뿐 아니라 대통령의 검찰총장에 대한 임명권을 박탈하는 입법이 합법이 될 수 없음은 너무나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입법이 합헌이라 한다면 형사소추 시스템의 기본 구조에 대한 헌법적 우산이 사라짐과 동시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파적 입장에 따라 수사기관은 끊임없이 만들어졌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시스템으로의 퇴행을 의미하게 된다"고 부연했다.

he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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