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 바그너 6시간 대작 도전…"한국 오페라 이정표"
서울시향과 '트리스탄과 이졸데' 공동주최…전막 공연은 국내 최초

츠베덴 "바그너 연주할 생각하니 사탕가게 들어온 듯 흥분"

X
국립오페라단 '트리스탄과 이졸데' 기자간담회 [국립오페라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이번 작품이 한국 오페라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최상호 국립오페라단장)

"바그너의 작품을 함께 연주할 것을 생각하니, 마치 사탕 가게에 들어온 듯한 흥분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얍 판 츠베덴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

국립오페라단이 서울시립교향악단과 공연 시간만 약 6시간에 달하는 바그너의 오페라 대작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선보인다.

국내 첫 전막 초연에 도전하는 국립오페라단과 서울시향은 이번 공연으로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겠다고 예고했다.

최상호 국립오페라단장은 17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열린 '트리스탄과 이졸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공연은 단순히 바그너의 작품 하나를 올리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며 "우리 공연예술계가 바그너의 심오한 음악과 철학적 세계에 도전할 준비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말했다.

X
'트리스탄과 이졸데' 기자간담회 [국립오페라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립오페라단과 서울시향이 다음 달 4∼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동 주최하는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트리스탄 화음'이라 불리는 독특한 조성을 제시해 현대음악의 시작을 알린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국내에서는 서울시향이 2012년 무대 장치나 의상 없이 전곡을 연주하는 콘서트 오페라 형식으로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선보인 적 있으나, 정식 오페라로 전막을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바그너의 '탄호이저'를 무대에 올린 최 단장은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바그너 작품 가운데서도 고도의 집중력과 음악적, 기술적 역량을 요구하는 대작"이라며 "바그너 작품 제작 역량을 총동원해 책임감 있게 작품을 준비할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정재왈 서울시향 대표 역시 "그간 선보였던 오페라는 콘서트 오페라 형식이어서 사실상 이번이 재단법인 출범 이후 오페라를 연주하는 첫 무대"라며 "저희 단원들에게 큰 도전이니 마음을 단단히 먹으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X
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 음악감독 [국립오페라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독일 켈트 신화를 바탕으로 기사 트리스탄과 아일랜드 공주 이졸데의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이졸데는 과거 자신의 약혼자를 살해한 트리스탄과 함께 죽음을 맞이할 각오로 독약을 준비하나, 대신 사랑의 묘약을 마시면서 지독한 사랑에 빠진다.

작품 지휘는 다수의 바그너 작품을 연주한 경험이 있는 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 음악감독이 맡는다. 2023년 부임 당시부터 국립오페라단과의 협업을 원했다는 츠베덴 음악감독은 이번 공연에서 바그너의 음악이 지닌 치명적인 매력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츠베덴 음악감독은 "바그너의 음악은 마치 목을 움켜쥐고 놓아주지 않는 듯한 강렬한 느낌을 선사한다"며 "1년 전 작품 지휘를 제안받고 정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 바그너 작품을 지휘한 제게도 이번 공연은 새로운 도전"이라고 말했다.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원작의 배경을 우주로 옮겼다는 점이다. 스위스 출신 연출가 슈테판 메르키가 연출을 맡아 원작에 등장하는 바다를 우주로, 트리스탄의 배는 우주선으로 표현한다.

메르키 연출은 "음악 안에 표현된 그리움과 욕망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공간이 우주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공간, 조명, 음악을 통해 초월적 그리움과 사랑을 시각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X
'트리스탄과 이졸데' 기자간담회 [국립오페라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트리스탄과 이졸데 역에는 바그너 오페라에 친숙한 베테랑 성악가들이 낙점됐다. 트리스탄으로 출연하는 테너 스튜어트 스켈톤은 바그너 작품에 다수 출연해 '헬덴 테너'(바그너 주역을 노래하는 영웅적 테너)로 불린다.

이졸데 역 소프라노 캐서린 포스터는 11년 연속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무대에 섰으며, 그중 10년 동안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에 출연한 경험이 있다. 포스터는 조산사로 일하다 뒤늦게 성악가의 길을 걸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포스터는 "2007년부터 매년 바그너 작품에 참여하고 있지만, 여전히 감정적으로 어렵게 느껴진다"며 "바그너의 작품은 목소리와 태도 등 여러 가지를 갖춰야 하고, 에너지 소비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성악가 되기 전 첫 직업이 생명을 낳는 것을 돕는 조산사였는데, 그 일이 정신적 준비를 시켜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X
소프라노 캐서린 포스터 [국립오페라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cj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