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산 홍룡사, 원효대사의 설법터에서 이어온 천년의 맥

천성산 홍룡사, 전설과 수행이 만나는 길

경상남도 양산시 상북면 천성산 자락에 자리한 홍룡사. 천성산의 맑은 계곡을 따라 걷다 보면 숲 사이로 흰 물줄기가 쏟아지는 폭포가 눈에 들어온다. 이 폭포 옆에 세워진 사찰이 바로 홍룡사다. 사찰의 이름은 무지개와 용의 전설을 품고 있으며, 오랜 세월 불자들의 신심과 함께 살아온 도량이다.

원효대사의 법석이 깃든 곳

홍룡사의 역사는 통일신라 문무왕 13년(6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효대사가 천성산에서 중국 승려 천 명에게 『화엄경』을 설법할 때 창건한 절, 그것이 바로 당시의 낙수사였다. 폭포에서 몸을 씻은 후 설법을 들었다는 이야기는 지금도 사찰의 창건 설화로 전해지고 있다. 홍룡사는 단순한 사찰이 아니라 교학과 수행이 함께한 법석의 도량이었다.

전란과 재기의 역사

홍룡사는 고려와 조선을 거쳐 영남 제일의 선원으로 이름을 떨쳤지만, 임진왜란의 화마를 피하지 못했다. 천불전과 관음전, 나한전을 갖춘 대가람은 불타 없어지고 긴 세월 동안 폐허로 남았다. 그러나 법맥은 사라지지 않았다. 1910년대 통도사의 승려 법화가 다시 절을 일으켰고, 1970년대 주지 우광 스님이 중창 불사를 이어가며 오늘날의 홍룡사를 세웠다.

현재의 가람과 선방

지금의 홍룡사는 대웅전을 중심으로 관음전, 무설전, 산신각, 종각, 요사채가 자리한다. 정면 다섯 칸, 측면 세 칸 규모의 선방은 수행자들의 참선처로 활용되고 있으며, 대웅전은 근대기에 중창되었음에도 조선 후기 건축의 전통미를 간직하고 있다.

홍룡폭포와 전설

사찰을 둘러싼 가장 인상 깊은 풍경은 홍룡폭포다. 14m 높이의 제1폭과 10m의 제2폭이 장쾌한 물줄기를 이루며 떨어진다. 전설에 따르면 이곳에는 하늘의 사자 천룡이 머물다 무지개를 타고 승천했다고 한다. 홍룡사라는 이름은 바로 이 전설에서 비롯되었다. 자연과 설화가 한데 어우러져 불자와 순례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순례의 의미

홍룡사를 찾는 길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마음을 씻는 순례의 길이다. 원효의 가르침이 전해지는 법석, 전란 속에서도 꺼지지 않은 법등, 그리고 폭포 소리와 함께 울려 퍼지는 참선의 호흡은 순례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홍룡사는 오늘도 자연과 전설, 역사를 품고 살아 있는 도량으로, 발길을 찾는 이들의 마음을 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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