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정상 셔틀외교 본궤도…'최적 파트너'로 미래 협력 '교두보'
통상·안보 정세 급변 속 '이웃간 공동이익' 방점…과거사 언급 최소화

日, 'DJ-오부치 선언' 계승 재확인…전향적인 관계 개선 토대 구축

李정부 첫 한미정상회담 앞두고 방일…'한미일 3국 협력' 의지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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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정상, 공동 언론 발표를 마치며 (도쿄=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 공동 언론 발표를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2025.8.23 hihong@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임형섭 설승은 황윤기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23일 도쿄 정상회담은 과거사에 가로막혀 진전을 보지 못했던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일 정상은 이날을 계기로 재개된 한일 셔틀외교를 통해 양국 관계를 상생 협력해야 하는 '파트너'로 규정하고 상생·협력 시스템 구축에 뜻을 모았다.

양국 정상은 113분에 걸친 회담 이후 공동 언론발표문에서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에 대해 파트너인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이고 호혜적인 공동의 이익을 위해 협력해 가야 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미국발(發) 통상 리스크로 대표되는 불안정한 글로벌 정세 속에 안보는 물론 경제·사회적 측면에서도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닿아 있다는 두 정상의 공통된 인식이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민감한 현안으로 대립하기보다는 '같이하는 이웃'으로 서로를 규정하고 한일 관계 발전과 한미일 협력 강화를 도모하는 것이 양측에 '윈윈'이라는 두 정상의 판단이 깔렸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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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정상 마주보며 악수 (도쿄=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 공동 언론 발표를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2025.8.23 hihong@yna.co.kr

◇ 두 달 새 정상회담 두 번…국교정상화 이후 처음으로 美보다 日 먼저 방문

이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으로 향하는 길에 일본을 먼저 찾아 취임 후 두 번째 한일정상회담을 했다.

지난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뤄진 첫 회담 이후 67일 만이었다.

특히 우리나라 대통령이 양자 정상외교를 위한 방문 국가로 미국이 아닌 일본을 택한 것은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기치로 내건 이 대통령의 한일 관계개선 의지가 절박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와 회담에서 직접 이를 강조하고 "우리가 한일 관계를 얼마나 중시 하는가 보여준다"며 "서로에 유익하고 도움 되는 방향으로 협력할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이시바 총리도 "양국 관계의 강화·발전은 양국뿐 아니라 이 지역 전체에 이익이 된다"고 화답하며 앞으로 본격적인 셔틀외교를 통한 양국 관계 발전 의지를 피력했다.

최근 양국 모두 상호관세를 부과하려는 미국을 상대로 어려운 환경에서 협상을 벌였다는 점에서 '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 간에 공동의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최근 미국과의 통상 협상을 타결지으면서 우리보다 앞서 협상을 끝낸 일본과 소통했다는 점을 알리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회담 후 보도자료에서 "이 대통령이 한일 양국은 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이자 글로벌 복합 위기 속에서 공동 과제에 대응해 나가기 위한 중요한 파트너임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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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언론 발표 하는 한일 정상 (도쿄=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공동 언론 발표를 하고 있다. 2025.8.23 hihong@yna.co.kr

◇ 'DJ-오부치 선언' 계승 확인…과거사 거론은 '최소화'

양 정상의 관계 개선 의지를 반영하듯 이번 정상회담은 당초 양측이 예상했던 것보다 30분 이상 길어졌다.

양 정상은 회담 후 논의 내용과 성과를 담은 공동 언론발표에 이어 보다 상세한 내용의 공동언론발표문도 채택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이 정상회담 후 공동 언론발표문을 낸 것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4월 이후 17년 만이라는 점을 직접 강조하면서 이번 회담에서 이례적 성과를 거뒀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이에 더해 이시바 총리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 계승 의지도 확인했다.

양 정상은 공동 언론발표문에서 "이시바 총리는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음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올해로 양국이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은 가운데 한일 관계 개선의 상징인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어느 정도 근접한 메시지가 나온 것이라는 평가도 제기된다.

반면 이날 회담에선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 문제나 후쿠시마 오염수 및 일본산 수산물 수입 문제 등 과거 양국이 갈등으로 치달았던 사안은 전면에 등장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도 방일 직전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과거 위안부 합의, 징용 배상 문제에 대해 "국가로서 약속이므로 뒤집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갈등보다는 실용·실리를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너무 가깝다 보니 불필요한 갈등도 가끔은 발생한다"면서도 "불필요한 것은 보정하고 필요한 것은 서로 얻을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게 이웃 국가 간의 가장 바람직한 관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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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이시바 총리와 한일 확대정상회담 (도쿄=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한일 확대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5.8.23 hihong@yna.co.kr

◇ 한미정상회담 앞두고 '한일발전→한미일 협력' 선순환 부각

한미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한미일 3국 협력 의지도 부각됐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방미에 앞서 일본을 찾은 배경에도 '한미일 협력 틀'을 강조하겠다는 전략이 담겨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양국의 협력은 미국과의 관계에도 긍정적인 기반이 될 것이라는 게 이 대통령의 인식으로 보인다.

양 정상은 공동 언론발표문에서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흔들림 없는 한일, 한미일 협력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한일관계 발전이 한미일 공조 강화로도 이어지는 선순환을 계속 만들어 나가자고 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양국 정상은 상생 협력 추구를 위한 체계의 기틀을 마련했다.

인공지능 등 미래산업 분야 협력과 함께, 저출산·고령화 등 양국이 공통으로 직면한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체 출범, 워킹홀리데이 참여 가능 횟수 상한선 확대 등 인적교류 활성화 방안 등에 합의했다.

s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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