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1년 남긴 조계종 총무원장…말 줄이고 조용한 취임 3주년
간담회·대규모 행사 대신 약자 돌봄 활동…연임 여부 언급 자제

화재 여파 '임시 사무소' 수습해야…경주 마애불 보존·출가자 확보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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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 (서울=연합뉴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2025년 4월 22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말을 줄이고 조용하게 취임 3주년을 보내고 있다.

대규모 행사 대신 사회적 약자와 관련된 활동을 하며 차분하게 종무에 임하고 있다.

28일 조계종에 따르면 진우스님은 이날로 조계종 총무원장 취임 3주년을 맞이했다. 4년 임기 중 1년을 남긴 가운데 그는 이날 공식 일정 없이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취임 1주년과 2주년 무렵 기자간담회를 열어 종단 운영 계획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거나 눈길을 끄는 이벤트를 열었던 것과는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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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취임 2주년인 2024년 9월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4 국제선명상대회 개막식에서 선명상 보급 등에 관한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2023년 9월에는 '5㎝의 기적'으로 불리는 넘어진 경주 마애불을 바로 세우는 것을 포함해 어떻게 보존할 것인지에 관해 이야기했다. 임기 반환점을 맞이한 작년 9월에는 광화문 광장에서 약 2만5천명 함께 명상하는 행사를 열고 전 국민 5분 선명상을 제안하기도 했다.

올해는 기자간담회나 대규모 행사를 열지 않았다. 대신 사회적 약자와 관계된 종단 활동에 참여하는 상황이다. 그는 24일 경기 고양시 소재 동국대학교 일산병원을 찾아가 난치병 어린이 치료기금을 전달했다. 또 유전성 대사질환인 헌터증후군이나 다낭성 신장질환을 앓고 있는 아동 등에게 선물과 치료비를 전하며 쾌유를 기원하고 위로했다.

30일에는 조계사 대웅전에서 난치병 어린이를 위한 3천배 릴레이 정진 및 모금 활동의 첫 주자로서 108배를 올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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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무원장 임기 시작하던 날의 진우스님 (서울=연합뉴스) 진우스님이 조계종 제37대 총무원장 임기 첫날인 2022년 9월 28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서 고불을 마친 뒤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진우스님은 27일에는 조계종 중앙신도회가 경북 구미에서 개최하는 '제1회 총무원장배 전국 불자 자선 파크골프 대회'에서 참가하고 치사(致謝)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이 낸 동참금 일부가 조계종 제8교구 본사인 직지사를 통해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그가 취임 3주년을 상대적으로 조용히 보내는 것은 임기가 종반을 향하는 가운데 불교계의 관심이 차기 총무원장 선출로 자연스럽게 쏠리는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물밑에서는 불교계 대권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지만, 진우스님은 현재까지는 이런 움직임과 거리를 두고 있다. 또 연임 여부 등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태도를 보였다. 규정상 조계종 총무원장은 1차례 중임이 가능하다.

그는 지난달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한 일들이 중단되지 않고 계속 이제 이어지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며 연임 여부를 "직접적으로 말씀드릴 시기는 조금 아닌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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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게 그을린 조계종 국제회의장 천장 (서울=연합뉴스) 2025년 6월 10일 서울 종로구 소재 대한불교조계종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건물 내부 천장이 검게 그을러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실제로 과제가 많은 상황이다.

우선 올해 6월 조계종 국제회의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석 달 넘게 임시 사무실 신세인 총무원 등 종단 주요 기구가 제자리를 찾도록 해야 한다. 올해 3월 영남지방을 휩쓴 산불로 잿더미가 된 경북 의성의 천년고찰 고운사 복원도 갈 길이 멀다.

총무원, 교육원, 포교원의 삼원으로 돼 있던 조계종 중앙종무기관을 올해 4월 총무원으로 단일화하는 등 31년 만에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한 가운데 종단을 안정시키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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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사 살피는 조계종 총무원장 (의성=연합뉴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오른쪽)이 2025년 3월 26일 산불로 잿더미가 된 경북 의성군 고운사를 방문해 고운사 주지 등운 스님(왼쪽)으로부터 피해 상황을 듣고 있다. [자료사진]

경주 남산 마애불의 경우 임기 초에는 똑바로 세우는 것을 목표로 추진했다. 하지만 행정적인 규제나 70∼80t에 달하는 거대한 바위 불상이 파손될 위험 등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어떻게 보존할지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이다. 올해 11월쯤 동일한 중량의 바위를 이용한 모의실험을 통해 어떻게 처리할지 결론이 날 전망이다. 임기 내에 이 문제를 마무리하려면 그렇게 여유 있는 상황은 아니다.

사회 전반적인 탈종교 경향이 가속하는 가운데 출가자를 늘리고 국민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선명상을 보급하는 활동은 단기간에 완료되기 어려운 만큼 임기 이후에도 계속 추진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불교계의 한 관계자는 진우스님의 취임 3주년에 관해 "임기 만료가 임박하고 있으니 새로운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그간 추진할 일을 잘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조용하게 보내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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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의 기적'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 [연합뉴스 자료사진]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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