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강한 상승 흐름에도 불구하고 조정 압력을 점차 키우고 있다. 표면적인 지수 강세와 달리 내부적으로는 글로벌 빅테크 자금 흐름, 금리 정책 신호, 환율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불안 요인을 확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의 변동성 확대는 단순한 투자 심리의 문제라기보다 구조적 요인의 결합에 가깝다.
우선, 글로벌 기술주에 대한 조정압력이 커지고 있다. 소프트뱅크와 피터 틸이 엔비디아 지분을 전량 매도하면서 기술주 전반에 대한 부담이 가중됐다. 이는 단순한 차익 실현을 넘어, 고평가 논란과 미래 투자 비용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아마존이 150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며 AI 투자 자금을 차입으로 충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빅테크 기업들의 재무 부담 증가를 확인시켜 준다. 빅테크의 5년 CDS 스프레드가 2년래 최고 수준으로 상승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책 신호 또한 시장을 흔들고 있다. 연준 위원들이 금리 동결을 시사하며 신중론으로 선회한 가운데, 금리 인상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한국은행 총재 역시 통화정책 전환 가능성을 언급하며 금리 상승 기대를 자극했다. 이러한 혼재된 신호는 금리 경로를 더욱 불확실하게 만들며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금 흐름의 변화도 주목해야 한다. 코스피가 초강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자산 선호는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그 결과 환율의 상승 기조가 고착화되며 ‘환율 상승 → 해외투자 확대 → 자금 유출’의 순환 고리가 뚜렷해지고 있다. 국내 증시는 유동성 측면에서 디스카운트 요인을 안게 된 셈이다.
다만 시장이 지나치게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 최근 변동성 확대는 심리적 요인의 영향이 크고, 기업 실적과 펀더멘탈은 견조함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국면에서는 오히려 펀더멘탈에 기반한 종목 선별이 더욱 중요하다. 조정폭이 확대된 종목에 대한 전향적 접근은 단기 급락 이후의 반등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도 핵심 지지선 확인이 필요하다. 코스피 3,900포인트는 지속적으로 시장을 지탱해온 주요 지지선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지난 11월 5일 장중 저점인 3,867포인트를 하향 이탈할 경우, 단기 매도 압력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지수의 견고한 방어 여부가 향후 단기 시장의 방향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시는 여러 불확실성을 통과하고 있지만, 기업의 본질적 가치가 훼손된 것은 아니다. 시장의 소음이 커질수록 오히려 기본에 충실한 투자가 필요하다. 지금은 변동성에 흔들리기보다 펀더멘탈을 기준으로 시장을 다시 바라볼 시점이다.
학불 기자, 칼럼리스트